반도체 전력난 ‘에너지고속도’가 답?
관리자
web@gsdaily.co.kr | 2026-09-03 09:43:38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전력 문제를 다시 불러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제때 보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경기연구원이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를 통해 내놓은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도내 840km의 고속도로 기반시설을 송배전망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전력망 확충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려면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토지 보상 문제가 뒤따르고 송전탑과 선로가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도 발생한다. 계획부터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기연구원의 제안은 여기서 고속도로에 주목했다. 국가가 이미 확보한 고속도로 부지를 활용하면 사유지 보상과 신규 선로 입지를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화·화옹·평택호 간척지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전력을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지역으로 보내는 경로로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시흥고속도로를 제시했다. 발전지역과 대규모 전력 소비지역을 기존 교통망을 따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단순히 송배전망 통로로만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비탈면과 성토부·방음벽 등 유휴부지에 588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도 담았다. 연간 예상 발전량은 773GWh다.
휴게소와 나들목에는 4MW급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한다. 낮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시간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고속도로 시설을 전력 생산과 저장·송배전까지 담당하는 에너지 기반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참여 방식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주민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하고 발전 수익을 배당받도록 했다. 송전망과 발전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줄이려면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에도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연구보고서의 제안과 실제 사업 사이에는 넘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지하 송배전관로의 안전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건설비가 얼마나 필요한지와 유지관리 책임을 누가 맡을지도 정해야 한다. 기존 전력계통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고속도로는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이 이용하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이다. 송배전망 공사가 도로 운영과 안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도로 확장과 보수공사 등 기존 사업 일정과 전력망 건설 일정이 충돌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한국도로공사와 전력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역할과 책임 역시 명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계획만으로 가동할 수 없다. 필요한 시기에 안정적인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투자 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발전설비를 늘리고도 송배전망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력 생산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경기도에는 이미 840km의 고속도로가 깔려 있다. 이 기반시설을 전력망 확충에 활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토지를 다시 확보하고 주민과 입지 갈등을 반복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사업 기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증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는 아직 연구 단계의 정책 제안이다. 588MW 태양광과 773GWh의 연간 발전량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전력 수요지역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느냐다. 주민에게 발전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도 사업 수용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공장과 기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공장을 움직일 전력과 그 전력을 제때 전달하는 송배전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전기가 흐르게 하자는 경기연구원의 제안이 현실적인 대안인지 이제 비용과 안전성·사업 기간·전력계통 연계를 놓고 구체적으로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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